5명의 당 대표를 거친 대변인 생활 (이유동)

2022년 4월 11일, 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정말 좋은 직책으로 정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나는 국대다’라는 토론 배틀 덕분이다. 정치권에 어떤 인맥도 없고 돈도 없었던 내가 24살에 정치에 입문하며 준비했던 것은 그저 대학교 토론 동아리를 통해 실력을 키웠던 토론 능력밖에 없었다. 그러나 토론 능력만 있어도 청년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는 것은 변호사, 판사, 검사 등 전문직으로만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작지만 큰 변화였다. 그래서 이런 좋은 경험을 1년 동안 하며 내가 느낀 소회를 지금 풀어보려고 한다.

[이준석 대표]

위의 ‘나는 국대다’를 기획하고 토론 배틀을 통해 나를 선발한 당 대표다. 사실상 이준석 대표가 없었다면 1년간 대변인 경험을 할 수도, 여기서 글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이준석 대표 체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지방선거
이준석 대표를 지방선거 기간 내내 지켜보며 놀랐던 두 가지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여당 당 대표임에도, 대선을 승리한 당 대표임에도 공천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공천은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진석 위원장에게 일임했고 PPAT를 통해 투명하게 공천을 했다. 너무 공천에 개입을 하지 않아서 이준석 대표 측근들에게 원성까지 샀다. 정치적으로서 이 판단이 옳았는지는 두고 봐야 하겠으나 국민들만 생각한다면 이러한 공천 시스템이 옳다. 누구의 측근이고, 누구를 얼마나 도왔는지가 아닌 철저한 능력과 실력주의로 무장한 공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선 한 달 기간 동안 대부분의 유세에 이 대표와 함께 동행을 했는데 나조차도 집에 못 들어간 날이 다반사다. 평균적으로 기본 하루 500KM, 심한 날은 1,000KM 이상 된 적도 있었다. 지방 유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인천 계양을 재보궐 선거 유세를 하는 날이었다. 그날 분명 유세 일정은 하루 종일 인천 계양으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재명 대표(당시 계양을 재보궐선거 후보)가 띄운 김포공항 이슈 때문에 제주국제공항에 가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날이 토요일이라 제주로 가는 티켓 자체가 구하기 너무나도 힘들었다. 결국 1시간 동안 취소표를 조회해 비행기 티켓 딱 한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이 대표는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그날 제주국제공항을 갔다.
이러한 철저한 몸 사리지 않는 지역 유세, 공정한 공천, 그리고 그로 인해 선발된 훌륭한 후보들로 지방선거를 국민의힘이 압승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2. 윤리위 사태
지방선거를 압승하고 분명 순탄할 것 만 같았던 이준석 대표의 여정은 지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윤리위 사태로 요동친다. 이 사태 당시 모든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 대변인으로서 참석했는데 이 글을 통해 남길 수는 없지만 상상이상으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어떠한 사법 판결도 나오지 않은 사건으로 비방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겉으로는 아닌척하던 정치인들도 비공개 회의에서 가감 없이 이 대표를 비난했다. 당시에 내 심정은 ‘이게 정치인가’라는 참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 대표 앞에서 대표님, 대표님 하던 자들이 뒤에서 등에 칼 꽂는 비방성 발언을 서슴없이 하니 이게 정치라면 내가 개혁을 하던가 아니면 정치를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한가득이었다. 안타깝지만 결국 이 사태의 결말은 이 대표 당원권 정지라는 결말로 끝나고 말았다.

[권성동 당 대표 대행]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도 경험을 했었고 당 대표 대행도 경험을 했지만 ‘나는 국대다’ 대변인들에게 잘해주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던 사람이다. 짧지만 티타임도 가졌었고 대변인실과 원내대표실이 정말 가깝기 때문에 오며 가며 자주 만났다. 그러나 권 대행 체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논란, 연찬회 음주가무 논란 두 가지 큰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

사실 주호영 비대위원장 시기가 단 2주밖에 되지 않아 무언가 이야기하기에는 좀 애매한 점이 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대변인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고 대변인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줬었다. 정치적인 평가는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내부에서 지켜본 주 비대위원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놀랍게도 대변인 임기 중 가장 오랫동안 내가 같이 일했던 당 대표가 바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6개월가량 되는 기간 동안 정 비대위원장과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그냥 국회 오며 가며 3번 정도 보면서 인사한 게 전부일 것이다. 그래도 당 대표니 만나뵙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여러 루트로 시도는 했으나 모두 무산되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좋게 말하면 대변인의 최소한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방치했다. 대변인의 큰 업무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논평이고 또 다른 하나가 당 대표 수행이다. 우선 정 비대위원장 수행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별도로 수행을 하겠다고 요청한 적도 없지만 요청이 온 적도 없다. 다만 정 비대위원장이 대변인들이 논평 쓰는 부분에 대해선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그런데 이건 다시 말해서 길고 길었던 정진석 비대위원장 시절 나국대 대변인들은 논평 쓰는 것 말고는 하는 업무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기현 당 대표]

아무것도 시키지도 않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할 말이 없다.

[마무리하며]

분명 이준석 대표 체제로 1년 대변인 임기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변인으로 합류했지만 무려 5명의 당 대표를 거치며 대변인 생활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대변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온전한 임무를 수행했던 것은 1년 중 이준석 대표 체제 아래서 일한 2개월이 전부인 것 같다. 안타깝기도 하고 나머지 당 대표 체제에서도 내가 더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1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나는 국대다’라는 아무것도 없는 청년에게 정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내가 마지막 주자였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제도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나는 국대다’라는 플랫폼을 꼭 부활시키고 싶다. 이제 나는 나의 모교인 숭실대학교로 돌아간다. 가서 전공인 회계 공부를 하며 회계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다시 정치로 돌아온다면 이유동 대변인이 아닌 이유동 회계사가 되어 돌아오겠다. 어떤 형식으로 보수를 개혁하고 정치를 개혁할지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