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재보궐 결과의 의미와 영향 (천하람)

전주을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서진정책’의 성과가 대부분 소멸한 것이 확인된다.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의 추락을 방치하는 경우 호남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 충청권 등의 표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울산 남구 선거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넘어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1. 전주시 을 결과의 의미 – 서진정책 성과의 소멸

전주시 을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힘이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이른바 ‘서진정책’(개인적으로는 호전적인 용어라 선호하지 않지만, 편의상 사용한다)의 성과가 대부분 소멸했음을 보여준다.

전주을 지역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1만 7,382표(39.07%)를 얻어 1만4,288표(32.11%)를 득표해 2위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제쳤다. 무소속 안해욱 후보 4,515표, 김호서 후보 4,071표,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3,561표, 무소속 김광종 후보 669표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에 불과한 득표율을 얻었다. 김경민 후보는 법정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기준(전액 15%, 반액 10%)을 넘지 못하여 선거비용을 전혀 환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 이와 연관된 전광훈 목사의 호남 유권자 폄하 발언 등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김재원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이 지역/세대 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층 결집에 힘쓰고 있다는 인식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선거 직전에 대통령께서 대구 서문시장 방문, 시구 등 일정을 소화한 것과 달리 제주 4.3. 추념식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 모두 불참한 것 역시 호남민심에 일부 악영향을 줬을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직 전 의원의 책임으로 인해 무공천하였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집권여당 국민의힘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심지어 김경민 후보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안해욱 후보보다 적게 득표했다.

김경민 후보는 정운천 의원과 달리 특별한 개인기가 없는 후보라는 점에서 김 후보의 득표율은 현재 전주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 후보가 얻은 8%의 득표율은 전주시 완산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15.30%, 6.1. 지방선거에서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가 얻은 19.13%에 비해 폭락한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이수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얻은 6.57%에 가깝다. 21대 총선에서는 야당이었다는 점, 이번에는 민주당이 무공천을 했다는 점에서 김 후보가 얻은 8%는 더욱 심각하다.

결론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한 지역구에서, 야당도 아닌 집권여당의 후보가 얻은 8%라는 처참한 결과는 호남에서의 국민의힘의 지지가 2020년 황교안 체제 수준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전주시 을 결과의 영향 – 호남 2당 경쟁 어려움 가중

남은 1년 동안 김종인/이준석 체제의 서진정책의 성과를 회복하고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일반적인 호남권 국민의힘 후보들은 선거비용 보전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개인기가 있는 2-3명의 후보만 나름대로 발버둥치고, 나머지는 손도 못 써보고 전체 흐름에 휩쓸려가는 뻔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비용보전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는 좋은 후보를 준비시키고 출마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당선과 비용보전이 어려운 분위기에서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후보는 출마를 포기하거나 비례대표만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 결국 예전처럼 공천을 못하거나, 자질미달 후보의 출마를 막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집권여당이 지방선거도 아닌 총선에서 호남에 무공천지역구가 있으면 부끄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호남 출향민들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어떻게든 공천을 할 수 밖에 없다.

조급한 상황에서는 공공기관 떡고물을 노리거나, 여당 당협위원장 지위에만 관심 있는 무자격 후보들을 걸러내기 어렵고, 이러한 무자격 후보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에는 물론 인접 지역 국민의힘 후보들에게까지 심각한 해를 끼친다. 전통적인 악순환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진보당의 부상은 국민의힘에 더 큰 부담을 안긴다.

진보당은 이미 호남에서 제2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천시의회만 하더라도 진보당은 2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한 반면 국민의힘은 1명의 비례대표 의원만 배출했다. 국민의힘 순천시의원은 그나마도 전라남도 전체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국민의힘 기초의원이다.

진보당은 6.1. 지방선거에서 호남권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2명을 당선시켰다.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압도하는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오마이뉴스, “정의당엔 없고 진보당엔 있는 것” 기사 참조). 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중앙에서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그러나 호남에서는 전혀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강성희 후보의 당선으로 고무된 진보당은 내년 총선에도 호남 지역구에 적극적으로 후보를 낼 것이다. 정당현수막 철거를 어렵게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호남의 거리는 진보당 지역위원장이 건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다. 지방의원들, 노동조합 조직을 필두로 한 진보당의 조직력도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진보당 후보는 민주당의 표를 갈라먹으니 국민의힘에 유리한 것 아니냐 하는 착각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후보가 경쟁하면 민주당 후보의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이 아닌 후보’가 경쟁한다. 호남에도 민주당을 견제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표심이 분명이 존재하는데(그래서 때로 무소속 돌풍이나 국민의당 돌풍 등이 분다),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지리멸렬한 상황이면 사표 방지심리 등이 작용하여 민주당 견제 표심이 무소속, 진보당 후보 등을 선택하게 된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에는 호남에서 국민의힘의 정당지지율이 20%에 육박하는 지역이 적지 않았다. 만일 정당지지율이 20% 정도로 유지되거나 더 높아졌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최소한 2위를 차지하고 들어가는 구도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호남 전역에서 진보당에도 밀리는, 집권여당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정당이 되면, 이러한 현실은 단지 호남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 출신 출향민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빨리 김종인/이준석 체제의 서진정책의 성과를 복구, 발전시켜야 한다. 이준석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이준석 전 대표가 잘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호남에서의 지지율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 충청권 선거도 어려워진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 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3. 울산 남구 결과의 의미 – TK 지역당 전락 위기

영남 자민련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썼지만, 울산 남구 선거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넘어 TK 지역당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위기감이 든다.

이준석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울산 남구 선거결과의 심각성과 의미를 잘 정리해 두었다. 함께 살펴보자.

“아무리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선 때보다 10%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 선거 기준으로 울산 남구(58.43%)는 울산에서 제일 표가 잘나오는 곳이기에, 울산 중구(57.37%)에 더해서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강한 북구(47.13%), 동구(48.31%) 선거까지 내년에 초접전이 치러진다는 이야기이고,

PK에서 울산 보다 조금 더 당세가 낮게 잡히는 창원 성산(55.28%), 창원 진해(56.28%), 양산(53.25%), 부산 북(56.35%)-강서(53.50%), 영도(54.97%), 사하(55.97%), 기장(55.55%) 같은 곳은 물론 현역의원들의 개인기에 따라 변수가 많겠지만 초접전 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PK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선 기준으로 울산 남구가 송파(56.76%)나 용산(56.44%), 성남 분당(55.00%) 보다 득표가 많았던 곳입니다. 수도권 나머지 지역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의 지도부가 비상식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지지층만 바라보며 점점 쪼그라드는 노선으로 간다면 다음 총선에서 PK와 수도권 우세지역마저 놓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루라도 빨리 상식적으로, 확장적으로 당의 노선과 메시지를 변경해야 한다.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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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이대로 가면 솔직히 TK지역당 타이틀도 떼야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2. 평생 보수당 지지해 온 60대 입니다.
    국힘이 이런 식이면 지지철회까지 고려 중 입니다.
    차기 총선 대비 시간도 촉박한 가운데 하는 짓들이 ㅉㅉ

  3. 저는 양천갑 인데요, 조ㅇㅇ 같은 반개혁적인 인물이 공천된다면 이번 총선은 기권 입니다. 평생 보수 지지자로서 민주당을 찍기는 어렵지만 상대 인물이 뛰어나면 찍어줄수도 있겠지요. 국힘 정말 나라와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원흉이 될수도 있네요.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것을 어떻게 인식시켜줘야 되는건지 개혁보수에서 할일이 중요합니다.

    1. 저도 양천갑인데 저도 기권입니다
      황희도 싫고 조수진은 끔찍합니다

  4. 그동안 여론조사로 민심을 보다가 선거 성적표로 정확히 수치가 나오니 느낌이 확실히 다르네요ㅎ 확장성없는 지도부를 뽑은게 영향이 가장 크겠죠. 확장을 바라보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개혁보수에게 슬슬 다시 기회가 찾아오는것 같습니다.

  5. 현지도부는 이런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벌써 비대위 얘기까지 나오던데 비대위로 가봤자 현지도부랑 무슨 차이가 있을지.. 총선 진짜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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