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박정희”
“독재자의 딸 박근혜”
“영남꼴통”
놀랍게도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장예찬 후보의 말입니다. 물론 정치에 입문하기 전, 또 철이 없을 때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과거와 현재가 다른 사람, 겉과 속이 상반된 사람들이 특수한 한 명 두 명이 아니라, 열 명이 되고 백 명이 되어 당의 주류를 장악해왔다면 그것은 좀 다른 문제가 됩니다.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는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권력의 눈과 귀를 가려 민심으로 멀어지게 만드는 자들이 득세하고 쓴소리하는 이들을 내치는 정치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념과 소신으로 뭉치는 정당, 민심에 가까워지려는 정당이 아니었습니다. 전향해 와서 정체성을 부정당하지 않으려 더 크게 극우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정당, 무사 안일주의에 찌들어 위급하면 ‘종북론’을 꺼내 드는 그런 정당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우리 당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벌써 어떤 미래가 그려집니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전위대를 자처하던 사람들이, 정작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질 땐 쏜살같이 도망가던 그 끔찍한 악순환을 말입니다.
“내가 이 대통령과 가까우니,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저 사람들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을 흔들고 대통령을 흔들 것이 자명하니 당원의 이름으로 그들을 숙청해달라.” 이 모습은 이번 전당대회의 모습이기도 했지만, 우리 당의 과거이기도 했고 또 예고된 미래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그 예고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그리고 저 이기인은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직 대통령들을 독재자와 그의 딸로, 여기 있는 대구시민들을 그저 꼴통으로 여겨본 적 없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 보수를 늘 응원하는 대구의 애국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애국심을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동네”를 만들어주는 원천쯤으로 여기고 선거철에 권력자의 이름을 파는 위정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 역시 불행한 우리 당의 역사입니다.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낙동강 방어선을 만들었던 대구,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의 부당함에 항거했던 항쟁 그 정신이 이곳 대구에 있습니다. 저는 대구의 정신이 담긴 이 정당을 지키겠다는 노력, 그 방식을 아무리 저의 팔목을 잡아당겨도 알량한 아부가 아닌 따끔한 충언으로 하겠습니다. 손가락질당해도, 지금보다 더 건강한 보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저는 더욱더 가열차게 해나가겠습니다.
부디 제 절실한 마음으로 이번 전당대회를 바라봐 주십시오. 진정으로 우리 당의 반복되는 역사를 끝내고, 미래를 향하는 보수로 가게 해주십시오. 우리 당을 지난 수십 년과 같은 그러한 정당이 아닌, 미래로 가는 보수로 만드는 그 길에 대구가 가장 앞장서 주십시오. 여러분이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이 길을 가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그날은 더 일찍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당의 개혁을 원하신다면 이기인을 선택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끝>
1 comment
멋진 연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