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더 크고 강한 ‘비밀 병기’, 국제 사회의 평화 연대 (허은아)

국민의힘 우크라이나 방문 대표단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있는, ‘그’ 해바라기를 직접 보고 온 지 벌써 꼭 1년이 다 됐다.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 끝자락에 있는 그 해바라기는, 꽃잎 한 장이 떨어지고 두 장이 접혀 있었다. 10여 년 전 러시아가 무력으로 빼앗은 크림반도가 떨어진 꽃잎 한 장을,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루한스크와 도네츠크가 접혀 있는 꽃잎 두 장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명분이자 목표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이다. 우크라이나에게는, 바로 ‘전사자 추모의 벽’ 해바라기의 접혀 있던 그 꽃잎 두 장이 ‘완전히’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방문단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예르막 대통령실장 등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러시아의 만행에 대해 세상에 많이 알려 달라’와 전후 재건 사업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때 이미 무기로만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계화와 혁신적인 정보기술 환경에 따른 전쟁의 속성 변화도 간파하고 있었고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가 지원할 수 있는 한계와 범위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마켓팅 전략처럼, 우크라이나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대하며 우호국을 늘리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그 꽃잎 두 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만든, ‘영리한용기

얼마 전 특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우크라이나 대통령 배우자)가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를 성공적으로 재건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용기와 큰 위로, 희망이 된다’며 ‘아픔을 함께 느껴주고 도와주신 것에 대해 한국에 깊이 감사한다’던, 그 모습이 많은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필자에게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그 동안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외교 무대에서도 훌륭하게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일본, 한국 등 많은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유엔과 EU, G7 회의 등에서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압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젤렌스카 여사도 330만명이 팔로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르기도 했고, 유엔 특별회의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고, 죽거나 고문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촉구했다. 또 WHO(세계보건기구) 등 많은 기관들과 협력해 전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국민들을 치유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무기를, 인도적 지원 이상이 어려운 나라는 비살상 물품을, 각각의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서로 다른 물자를 지원하지만 서로 같은 마음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지지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분명 냉혹한 국제관계의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영리한’ 용기를 내고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선승구전(先勝求戰) ‘비밀병기

여전히 전장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마음을 열고 연대를 만드는 ‘외교 전쟁’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 ‘미리 이겨놓고 싸운다’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이다. 특히 인류애와 평화라는 세계적 가치를 통해 세계의 공감을 얻으려는 바로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의 영역에서 말이다. 그래서 설령 러시아가 전장에서 이겨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리게 될 수 있고, 그렇기에 러시아는 이미 진 전쟁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너무 잘 알게 됐다.

우크라이나 국민 스스로 용기를 내고 조국을 지키고 가족과 어머니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를, 빨리 전쟁이 끝나서 다시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정원을 가꾸고 맛있는 식사를 하며 웃을 수 있는, 단지 평범한 일상을 그들이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적극적 연대로 지지하고 있다.

무기만으로 전쟁하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공감과 평화에 대한 인도주의적 연대는, 무기 지원이든 비살상 물품 지원이든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국의 숫자를 더 크게 만들 것이고, 우크라이나에게 더 강력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비밀병기’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연대에 대한 필자의 마음 또한 1년 전보다, 분명 더 강해졌다.

우크라이나가 비추고 있는, 우리 외교의 길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켜내는 모습에서, 지긋지긋하게 끝나지 않고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우리의 대일 외교의 그림자를 되돌아본다.

무엇보다 ​군사적 개입이나 강압적 외교 등 하드 파워(hard power)보다 다른 나라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주목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비교적 최근 들어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는 공공 외교를 강화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의 과거사나 독도 문제, 군국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는 아직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정무, 경제외교로 막힌 길을 뚫을 수 없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공공 외교로 국제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공감과 지속적 연대를 바탕으로 우리의 국익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여론 형성과 이해, 지지로, 대일 외교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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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글 잘 읽었습니다. 생업 때문에 바빠서 이제서야 읽네요. 요즘 젊은층들 사이에 일본에 대한 적개심 보다는 재미있게 즐기고 보는 경향이 커진 것 같습니다.

    나이 먹은 노땅들이나 반일 반일 거리지 젊은층들은 정치와 문화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국회 연설을 봤습니다. 스브스에서 올린 몇일 안된 영상인데 지금 민주당이 보면 거품을 물을 그런 영상이죠.

    남에게 대한 엄격한 기준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상한 현실 속에서 젊은층들은 기성의 문화를 조롱합니다. 조국 전 교수가 북콘서트에서 한 이상한 말, 김남국이 했전 과거 발언들.

    국힘에 대해서는 핏대 세우며 고함 지르는 그 투쟁의 민주당의 기준은 내부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상한 정치. 올바른 정치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올바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치루어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요? 팬덤 정치를 뛰어 넘는 국민 각성이 필요한 시기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원칙 중심의 리더십 아닌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 정치가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 속에서 올바른 정치 만들어 나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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