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미래 세대와 소통으로 시동을 걸자. (허은아)

국민연금 개혁, 미래 세대와 소통하며 결단하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지속 가능한 연금, 정부가 솔직하게 소통하고 적극적 리더십 발휘해야

국민연금이 5년마다 발표하는 재정추계(23.3.31) 결과에 기금이 2041년부터 적자로 전환하고 완전한 고갈 시점은 2년이 당겨진 2055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5년이면 32년 뒤의 일로 당장 실감이 안 날 수 있는데 1990년생이 65세가 돼 연금 수급자가 되는 해다. 기금이 소진되고 나면 매년 납입된 기여금(보험료)으로 지급액을 모두 충당하거나 기여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정, 즉 국민의 세금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2060년에는 미래 세대가 월 소득의 34%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 ‘세대 불평등’ 수준이 아니라 가히 ‘세대 착취’를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더구나 이는 기본 출산율을 0.92로 가정하고 예측한 것이어서 2022년 출산이 0.78이라는 초저출산이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3년 앞둔 지금으로서는 걱정이 더욱 극대화되어 포비아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고 수급자는 계속 늘어나서 2078년이 되면 수급자가 가입자의 148%에 이른다고 하니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더 앞당겨져 미래 세대의 기여금으로 현재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 폰지사기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연금 디스토피아에 대한 걱정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대책 마련해 즉시 실행해야

연금 재정추계를 시작한 후로 노무현 정부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까지 모든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말했다는 것은 그만큼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지금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모든 정부가 다뤘지만 개혁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표’를 가지고 있는 현재의 기성세대가 절대로 미래의 이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고 미래 세대는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정치권은 국민 눈치만 보고 있고 전문가들도 다양한 입장으로 나뉘어 사태를 방관하기만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닥칠 수도 있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 지금 즉시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실행해야 연금과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정권마다 공전하고 있는 연금 개혁의 첫 단추라도 채우며 시작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정책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부터 결정하고 바로 개혁을 착수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기약 없는 미래로 미뤄지고, 우리의 미래도 목적지 없이 허공에 떠다니게 될 것이다.

오늘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 세금 폭탄을 떠넘겨선 안 돼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 세금 폭탄을 떠넘기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 계속 커진다면 미래 세대는 돈 버는 족족 세금으로 내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소비와 저축,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에서는 보험료율을 높이는 문제, 앞으로 받게 될 연금액의 수준(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문제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은 이미 다양한 방안이 도출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연금 재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높은 세율을 무조건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닥칠 노인에 대한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 이용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원금을 돌려받자’는 응답이 60%를 넘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연금 제도의 핵심 당사자인 젊은 세대와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개혁의 시작

이러한 상황에서 연금 제도 개혁의 핵심 당사자인 현재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의 합의 또는 동의가 없는 국민연금 개혁이 결코 성공하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게 연금 제도의 현재 상황이나 미래에 대한 어떠한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고 그들의 견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는 설령 완벽한 개혁안을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탁상공론이고 절반의 개혁에 그치고 말 것이다. 주요 당사자 계층의 공감대가 빠진 제도가 현실에서 또 가까운 미래에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젊은 세대와의 충분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연금 제도의 현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자료와 실현 가능한 개혁 방안들을 제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연금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연금 개혁을 위한 다양한 기구에 젊은 세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 연금 제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청취하고 개혁안에 반영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위’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통계들이 얼마나 실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연금 수급자가 받을 금액을 정하는 소득대체율 논의에서 주요 근거로 언급되는 통계가 노인 빈곤율인데 우리나라가 46.3%로 OECD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노인 빈곤율은 노인의 자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도출한 것이어서 실제적인 빈곤율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노인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보면 빈곤율이 매우 높게 나오지만 노인의 자산을 포함한 빈곤율 통계는 21.1%로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노인 빈곤율 통계 재검토 필요

그렇다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노인 빈곤율 통계에 기초해 연금 정책의 골간이 결정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결정된 개혁안에는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빈곤 상태에 처한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래 노인의 최저 생활 보장 문제에서 핵심은 자산까지 포괄한 노인 소득의 양극화 수준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에 기초해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 관계자 누구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전문가들도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노인의 자산을 포함한 소득 통계를 정확히 제시할 때 노인에 대한 사회 보장이든 연금 제도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이든 실제적이고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소득재분배소득비례연금기능을 분리하면 논의와 합의가 수월할 것

이러한 노인의 빈곤율 통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보면서 짐작을 했겠지만 국민연금을 통해 노인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것과 젊었을 때 소득에 비례해 기여금을 납입하고 퇴직 후 연금을 보장받는 두 차원의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현실적으로 저소득층에게는 기초연금과 유사한 사회보장으로서의 측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소득에 비례해 기여금을 납입하고 그에 따른 퇴직연금을 보장받는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개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그러므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할 때 이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해서 논의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개혁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 논의를 가정할 때, 소득재분배 기능을 국민연금 분리해서 현행 소득 분위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전제 아래 연금보험료를 얼마를 더 내고 얼마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원활한 논의도 되고 개혁안이 비교적 수월하게 도출되고 합의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명, ‘하우스 어셈블리’ 발표자료 p.41, 23.4.6, 하우스협동조합)

속한 개혁 위해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을 정부의 적극적 리더십을 기대함

추가적으로 연금 제도 개혁에서 정부의 리더십이야말로 매우 결정적이고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들이 왜 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물론 20년 넘도록 정부마다 국민연금 개혁을 말했지만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은 세대와 계층에 따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부가 먼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다면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하원의 의결을 패싱 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물론 그로 인해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 거리에 나왔던 2008년의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고, 야당이 불신임 결의안까지 제출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마크롱의 개혁 추진 과정은 연금 개혁을 막는 높디높은 여러 개의 언덕을 넘고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에 기초한 책임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현실을 더 잘 설명해 주는 통계 데이터의 공개, 다양한 계층 및 세대들과의 솔직한 소통과 토론,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안 제시까지 마크롱을 넘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만이 20년 숙원인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3년이 지나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모두에게 파국이 될 수 있는 연금제도 개혁의 시간표를 더 이상 늦추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일이다. 연금 개혁을 이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어느 누구도 지나치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의 과정에서 다수의 비판과 반발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고통 분담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을 지금 즉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먼저 예측 가능한 로드맵을 보여주며 시동을 건다면 정치권도 마냥 미루기만 하기 어렵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초당적 결단으로 연금 개혁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 정부가 ‘8대 공적연금·사회보험 통합 재정추계’를 상반기 내에 발표하겠다며 연금 개혁의 전면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공적연금마다 제각각인 재정추계의 기준을 일치시켜 실태와 전망을 분석하고, 각 제도 간 통합과 개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정부의 높은 의지와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0 Shar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