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생(共生) (이기인)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의미의 공생. 보통 정치권에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불순한 관계를 일컬어 흔히 쓰는 말이다. 이번 글에선 내가 알고 있는 성남 출신 정치인의 불순한 공생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지난 대선부터 유독 조직폭력배 출신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가 받았던 조직폭력배와의 연루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다. 성남이라는 도시의 형성에서 비롯된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광주대단지 사건을 알고 있는가? 광주대단지 사건은 1971년 경기도 광주 중부면에 소재하고 있는 성남출장소 관할 구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민 봉기이다. 얼핏 보면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 같지만 과거의 광주 중부면은 현재의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에 해당하기에 엄연히 성남에서 벌어진 일이다.

1960년 후반, 박정희 정부는 서울의 무허가 판자촌을 정리할 계획으로 ‘판자촌 주민 이주 계획’을 세운다. 무허가 주택을 개량해 양성화하거나 새로운 이주 주거지촌을 마련해 그쪽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약 14만 명의 판자촌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강압적 행정 행위에 항거하고 공권력을 해체시키기 위해 저항했던 사건이 바로 광주대단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수많은 희생자와 철거민이 생겼다. 그 철거민들이 거주했던 지역과 공동체가 발전과 승격을 거듭해 지금의 성남시를 이루는 것이다.

성남출장소가 성남시로 승격했던 1973년 무렵, 광주대단지 사건에서 강제 이주를 집행했던 이른바 ‘용역 깡패’들은 성남출장소 중심으로 형성된 성남에 세워진 모란, 중앙, 국제, 성호시장의 상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나갔다. 최대 개고기 시장이 있었던 모란시장 등지에서 상인들로부터 자릿세를 받거나 다방, 유흥업소 등에서 업자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폭력 조직으로 탈바꿈해 득세하다가도 조직 간의 다툼으로 인한 쇠락을 거듭했다.

시간이 흘러 2003년 판교가 개발되면서 이 용역업자 조직들은 세력 간의 다툼보다 타협을 선택하며 이권을 나눠먹기로 약속한다. 그로 인해 쉽게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무허가 ‘경비 용역’ 업체를 만들고 건물의 보안 업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거기서 파생된 조직이 바로 이 시장과 연관돼 있다고 하는 ‘성남시 경호경비연합회’이다.

이재명, 은수미 수행을 맡았던 김 모 씨 형제와 김두한의 후계자 조직폭력배 조일환

이 조직은 여러 언론에서 제기한 국제마피아파 연루설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연합회의 대표격이었던 이 모 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파타야 살인 사건 편에서 나왔던 코마트레이드의 이 모 씨를 이 시장과 은수미 시장에게 소개해 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씨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 조직은 2010년경 성남시장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의 수행을 총괄하고 경호를 맡기도 했으며 여러 행사에 인원을 동원해 주기도 했다.

경호는 물론, 선거 일정 상의 수행은 후보 본인의 수락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재명 당사자가 선택하고 고용한 사람들이라는 것. 선거에서 세력과 수행을 제공해 준 대가는 그들에게 계약과 공공기관으로의 취업으로 돌아갔다. 수입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관공서에서 받는 계약과 공공기관 취업으로 인한 신분의 세탁은 이들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대가였을 것이다.

성남시 경호경비연합회 대표 이 씨는 이 시장 당선 직후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사단법인 ‘새싹 지킴이’라는 봉사 단체를 만들었다. 성남시는 2011년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이 단체에 4,300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 시장은 관련 행사에 여러 번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경호경비연합회 출신 이재명의 이종조카인 서 모 주무관은 2016.1월 성남시청에 채용됐다. 이 밖에도 김혜경 씨를 수행했던 인사 등 여러 연합회 출신 인물들은 임기제 공무원, 공무직 등의 형식으로 도처에 취업돼 있다.

사단법인 ‘새싹 지킴이’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가장 최근까지 이 시장을 수행했던 김 모 씨이다. 이 김 모 씨는 앞서 언급했던 ‘경비 업체’에서 활동한 인물로서 과거 성남 지역의 폭력배 43명을 동원해 분당의 오피스텔 보안 용역 업무를 빼앗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인 보안 용역 직원들을 폭력으로 퇴출시킨 사건에 가담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이 폭력배들은 철문을 부수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기존에 근무했던 보안 직원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 사건에 가담한 김 씨는 2009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 흉기 등 상해, 폭행,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고 같은 해 7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 김 씨는 이재명 시장을 수행하며 성남시청 행정 지원과 소속의 ‘공무원’으로 활동했고, 한동안 공직자의 삶을 지냈다.

출처: 연합뉴스

영화에서 말하는 조직폭력배와의 공생은, 캄캄한 밀실에서 돈다발 가득 담긴 007 가방 서로 나누며 음흉한 웃음을 웃어대는 그런 그림이라면 현실에서는 용역 깡패 출신으로부터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세력을 동원 받고 그 대가로 그들의 신분 세탁을 위해 공공의 일자리를 쥐여주거나 계약을 체결해 주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형식인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정치인의 ‘공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본인의 입신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때리고 갈취한 조직폭력배라도 함께 공생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정이 어떠하든 누구와도 유착해도 된다는 사고. 만약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엔 어떤 사람이 채용되어 일을 하게 될까? 물론 상상은 자유이다.

(글 첫 번째 사진 출처: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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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정치라는 것이 올바름으로 국민들을 이끌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명은 그 가치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역사 오타쿠이기 때문에 수 많은 책을 읽고서 느낌 점은 입니다. 그 신성한 잔이 나에게 주어 쟜을 때… 그 잔은 제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흰색이라면 그 잔은 흰색으로. 그 잔이 검은 색이라면 검은 색으로.
    이재명이라는 권력의 잔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업자들과 이룬 일들. 그리고 그 그림자.
    제가 2005년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몇 년후에 선거 사무원으로 뛰게 되었습니다. 선거라는 것이 지면 너무 치욕적이고 수치스럽기에. 현장에서 느낀 것은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권력이 너무 달콤하기에. 우리는 세상에 물들여 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권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MZ의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 갈지에 대한 담론들이 나왔으면 하게 됩니다. 좋은 글 읽으며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2. 영화는 상상이 이닌 때로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네요.
    (천하용인)으로 이기인 의원님을 알게 된게 저에겐 큰 수확입니다. 계속 응원할테니 고공행진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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