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회귀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제: 2030 지지율 비상, 우리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떠올려보자. 유세차의 자그마한 단상을 허락하고 마이크 하나 건네주는 것으로 우리 당은 정치에 관여되지 않은 여러 젊은 세대의 참여를 대거 이끌어냈다. 그 결과 그들이 생각하는 당에 대한 쓴소리, 시대의 문제, 다양한 비전들이 동원된 연출이 아닌 날 것 그대로 세상에 뿜어져 나가 많은 유권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 현상은 이준석 지도부 출범 이후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의 높은 참여로까지 이어졌고 2030 지원자 수백 명이 몰리면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켰다.


대통령 선거. 검찰총장 출신의 위엄한 대통령 후보가 아침 일찍 지하철역 앞에서 지방의원 후보처럼 낮은 자세로 꾸벅 인사를 하고,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가 적힌 빨간 후드티를 입고 젊음의 거리에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당 대표와 중진 의원의 생활밀착형 쇼츠 정책 제안에 대통령 후보가 ‘좋아! 빠르게 가!’라고 연기했던 건 확실히 기존의 홍보 방식과 달랐다. 젊은 층은 물론 많은 국민에게 호응을 얻기 충분했다. 당시 우리 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두 번의 선거만 복기해 봐도 사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해법은 그다지 먼 데 있지 않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미 검증된 시도들을 계승하는 것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철저히 유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와 대등한 지위로 존중해 주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을 보장하는 것, 거창한 담론이 아닌 현실적으로 직면한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는 것, 그리고 염치를 알고 ‘쑈’하지 않는 것. 우린 이미 지난 선거들을 통해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당의 모습들을 보면 오래된 보수정당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젊은 층의 다양한 지지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그때가 아닌 태극기 부대가 바람에 펄럭이던 그 시절 말이다.
정당 지지율만 봐도 우리 당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당은 지금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역컨벤션에 놓인 상황이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집권당 출범 초기의 지지율이 맞나 싶을 정도다.
대규모 개발 비리에 연루된, 측근 수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유의 당대표가 이끄는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다는 사실만 봐도 이미 우리 당이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 말해준다.
반등의 계기를 찾아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단 논란의 전광훈 목사와의 결속, 우파 천하통일 발언, 5.18 헌법 수록 반대 발언, 4.3 추념식 불참 등 잇따른 구설로 귀신같이 표를 깎아 먹는 일만 벌어지고 있다. 벌써 한 최고위원은 ‘격’이 다른 활동으로 공개 행보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고 동료 최고위원은 ‘원망스러움이 크다’, ‘김기현 대표가 강단이 필요하다’며 내부 총질 중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은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정확히 28일 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지난 지도부를 따라 하려는 시도들도 있긴 하다. 정책위원회의 부의장을 해커톤 형식으로 경쟁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뉴스. 그러나 이 뉴스를 본 젊은이들은 아이디어를 기초하는 당의 성질에 대해 먼저 의심의 눈초리부터 먼저 보낼 것이다. ‘맞말’이 내부 총질로, 팩폭이 ‘분탕질’로 표현되는 이른바 당정 일체의 당에서 간섭을 싫어하고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과연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느냐는 의문이다.

젊은 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뾰족한 묘수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편의점 도시락을 국회 책상 위에 진열해놓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야 이런 것도 먹어보네’하며 찍는 사진, 남는 쌀을 처리할 민생 해법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 시전, 일하는 젊은 세대들과 소통해 보겠다고 ‘평일 낮 4시’에 근로자를 불러다가 치맥을 먹는 모습을 연출하는 모습, 이런 걸로 젊은 층의 지지가 회복될리 만무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행보도 짐작이 가능해진다. 과거 보수 정당이 보여준 케케묵은 장면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뻔하다.
청년위원회 개편없이 그대로?
무엇보다 내가 우려하는 건 ‘하나님 통치’, ‘한강 갈 뻔’ 카드 뉴스 사건으로 논란이 된 청년위원회의 재림이다. 지난 이준석 지도부 시절 당은 상설위원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해 대대적인 개편을 약속했었다. 물론 노고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재는 뿌리지 말라는 현직 구성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많은 국민에게 공감을 이끈 것도 사실이다.
2012년부터 중앙청년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와 같은 당 기구에서 활동해 봤던 본인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이 당의 여러 청년 상설 기구들은 처음 만들어질 때의 순기능보다 동원의 대상, 행사가 있으면 머릿수만 채워주는 인력의 한 명으로 취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젊어 보이고 싶고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그림을 만들고 싶은’ 한 정치인의 기자회견장 뒤에 병풍처럼 세워두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생산적인 정책의 개발이나 토론, 젊은 세대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풀어내고자 했던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물론 그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행사 때만 되면 행사장에 필요한 집기를 나르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도 분명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그냥 그렇게만 놔둘 것인가? 이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하여 당의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이대로 방치하고 횡보하게 하는 건 그저 같은 자리에만 머무르라는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시대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에 빠르게 순응하는 곳으로 거듭나게 하며 능력을 가진 인물들로 꽉꽉 채우는 것. 한 번 했던 사람들이 계속 머무르는 고인물 위원회가 아니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는 상식적인 기구. 사람이 없어서 누구의 아들, 옆집 당원의 딸에게 맡기지 않고 높은 관심 속에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될 수 있는 위원회. 이런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개선과 고민 없이 지금의 모습만 유지하게 한다면 지닌 하나님 통치, 한강 갈 뻔 카드 뉴스 논란은 충분히 재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
우리 당에 표를 던진 수많은 젊은 세대들은 작금의 광경들을 보면서 상당한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일련의 사태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때 보여준 개혁적 행보와는 너무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으로서의 당 운영과 여당으로서의 운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상대를 비판하는 데 몰두하지 않고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계발해나갔던 것을 평가받았기에 높은 지지율도 가능했던 것을 말이다.
관성과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으려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했던 정당, 누가 와도 공정한 기준으로 선발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던 정당.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되풀이하는 정당, 순혈주의에 매몰돼 다른 목소리는 철저히 배척했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정당.
현명한 당이라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고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운 당이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두 정당을 모두 겪어봤다. 체감적 경험에 의해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다시 젊은 세대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건 결국 지닌 두 당의 모습에서 어디로 회귀하느냐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7 comments
정확한 분석과 옳바른 대안 제시라고 생각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구태를 없앨 수 있는지가 관건 입니다. 당원 백퍼 변경부터가 문제의 발단이었네요.
이기인 의원님! 당신같은 분이 개혁보수에 앞장서 주신것에 대해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열심히 보수를 위해 일하고 있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전당대회 이전의 이기인들도 있을거란 확신도 있구요!
‘중청위’ 이 집단이 보수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정치인들은 여론에 노출되고 민심의 뭍매라도 맞지만 중청위와 같은 얕은 집단은 여론 노출도 여과기능도 없이 썩기 때문이죠! 2시 청년이라고 네이밍된게 너무 미화되었다 생각들정도로 곪아 있는 집단.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같잖은 파벌싸움에 기존 정치 형태를 모방하고 때로는 그보다 더한 집단 따돌림 거기에 수장급이 한자리를 차지했으니 더 심해졌겠죠! 이기인 의원님을 청년최고로 지지했던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방자하다! 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기세등등해진 그 얕은 세력이 5년뒤 10년뒤 지금과 같은 정치인이 된다면 보수는 없습니다.
힘드실거 압니다. 어린 친구들에게 한소리 한다고 들을 친구들도 아니고 모양새도 빠지고. 하지만 이들이 만행들도 공론화 시켜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힘들다면 그 안에서 터지는거 꾹꾹 참고 버티고 있는 젊은 이기인이라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안좋은말밖에생각나지않네요어찌그럴까요속터집니다
너무 속상하다 그냥 준스톤 체제였으면 범죄정당 더불당에게 그냥 과반하는건데 나도아는 이 가벼운 논리를 왜 배윘다는 놈들이 극우에 점점 다가가는지 안타깝다 안타까워
어쩜 이리 기대치가 제겐 단 1도 없을까요??
당비 꼬박꼬박 나가는데
계속 이리 나가게 해야하나 싶네요.
요즘 제 지출 내역중에 제일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러분들 국회 입성을 기대하며
내년까지는 일단 성실 납부하겠습니다.
그러니 파이팅!
기회는 오고있습니다 꾸준히 세력을 늘리고 스스로를 알리며 더욱더 논리적으로 단단해져야합니다… 근데 이런 블로그뿐만아니라 유튜브나 방송에서도 활발하게 좀더 활발하게 활동해주셨으면합니다
예를들어 뭐 천아용인이라는 채널을 개설해서 반대에있는진영과 예민한 현안에 대해 치열한토론을 한다던지, 아니면 보수층국민들과 현안에관한 자유로운 질문과대답을 한다던지 하면서 “우리의보수는 이런거다” “우리는 우리의 보수를 위해 이렇게나 싸우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쟁명하고있다” 라는걸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노출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도 결국 마케팅입니다
늘 나오던 방송, 글쓰는 블로그에서만 활동하면 세력을 강하게 팽창시킬수없습니다
지금 천아용인과 같은 개혁보수는 목소리도옳바르고 길도 잘잡고있다 생각하는데 정작 필요한 “둥지”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입장에선 새로운 당이였으면 좋겠습니다만 바른정당때의 케이스로 그쪽으로는 안가시려는것같아서.. 암튼 어떤형태로든 국민들에게 강한 파급력을 줄수있는 조그마한 “둥지”가 필요하지않을까해서 길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