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쓸모: 지방자치의 폐해 (2탄) (이기인)

혁신위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기초의원 공천 제도

최근 민주당이 9시간 만에 사의한 이래경 혁신위로 논란인데 애초에 우리 당도 이준석 지도부 말미에 최재형 의원을 필두로 한 혁신위를 띄웠었다. 혁신위 활동 중간에 이준석 지도부가 축출되어 동력은 잃었지만 최고위에 보고할 6가지 안건도 도출해냈다.

1.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권 윤리위 이전
2. 공직 후보자 추천 시 부적격 기준 강화 ·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 확대
3. 온라인 당원투표제 · 민생 365 위원회 도입
4. 상설위원회 · 특별위원회 개선
5. 국회의원 정기 평가제 도입
6.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여의도 연구원 개선 등이다.

    공천 개혁과 관련된 사항도 포함돼 있다. 공천 권한의 분산, 엄격한 자격 심사 등이 그 것이다. 이 혁신안은 지난 3월 전당대회 직후 곧바로 최고위에 제출된 상태이다.

    혁신위 안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천 제도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공감한 상태이고 권한을 분산하거나 객관적 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본질도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의 내용만 있을 뿐 기초의원 선거에서의 공천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공천 권한의 분산이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으로부터의 분산인지 아니면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의 분산인지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기초의원 공천에서 가장 큰 문제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의 종속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셈이다.

    추천을 했으면 책임을 지자, ‘국회의원-기초의원 연대 책임제’

    사실 기초의원, 광역의원에 대한 당의 공천 자격 검증, 엄격한 심사 같은 구호는 애당초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다. 제8회 지방선거 기준 전국의 기초의원이 총 2,987명, 광역의원이 872명인데 소수의 시도당이 무슨 수로, 또 어느 세월에 이들을 검증할 수 있겠나. 또한 정당개혁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공천 과정의 민주화, 투명화’도 말의 성찬에 그칠 뿐이다.

    차라리 공천을 추천한 당협위원장이 해당 기초의원의 당선부터 의정 활동의 평가까지 연대의 책임을 지는 ‘연대 책임제’를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시민의 눈높이와 맞는 후보를 추천하고 당선 후 지방의회에서 내실 있는 성과들을 이룩했는지, 궁극적으로는 지방자치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측정한 후 그것을 당협위원장의 평가에도 함께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국회의원이 겸임하고 있는 당협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상시, 수치화 해야 한다. 현재 당원협의회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은 중앙당의 당무감사가 유일한데 당헌·당규상 정기적으로 연 1회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난 2020년 4월 총선 이후 한 번도 진행하지 못한만큼 상시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당무감사라는 것이 당내 존재하는 다른 계파의 공천 축출의 수단 또는 물갈이의 용도로 쓰여진 게 사실이라 부정적 어감이 크다.

    당무감사위가 아니더라도 별도의 독립 기구를 마련해 당협위원회의 운영 실태와 더불어 위원장 본인이 추천한 기초, 광역의원의 활동까지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논란을 일으킨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해당 당협위원장이 연대 책임을 져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 부여 감점 등으로 페널티를 적용하면 당협 차원의 자정 작용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결국 ‘책임’이다.

    정당이 무엇인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던가. 대한민국 정당법에도 그리 나와 있다. 코 푼 휴지를 직원에게 쥐어주고, 시민의 세금으로 이민 간 가족을 상봉하는 기초의원과 그들을 추천한 당협위원장은 지금 어떤 책임을 지고 있나? 조금 더 쓸모 있는 지방자치가 되려면 책임성 강화가 우선시 되는 공천 제도의 변화, 그리고 무한한 책임 의식 탑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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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omments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이 바쁘다 보니 덧글을 남긴다는 것이 건너 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고공행진 글에 덧글을 달고 싶지만 바쁘네요.
      제가 민주당이 사라져야 한다는 투로 글을 쓴 것이 있는데 그게 이상하게 하트를 많이 받어서 놀라고 있습니다. 개딸들이 욕 엄청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수긍을 하는 모양새라서요.
      정치를 함에 있어서 지방의회는 큰 뜻을 위한 대의보다는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사적 사명과 소명의식으로 청기지 정신으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는데… 중앙정치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결국에는 지방정치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민주당이 사라져야 한다는 글 중에서 중앙정치의 공정과 정의 원칙 없음을 지적했는데… 비난보다는 하트가 많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치의 대의는 바로 공정과 정의인 것 같습니다. 의원님 생각도 아마 그런 것 같구요.
      정치에서 인맥위주의 정치는 어쩔 수 없으니 그것을 공동책임으로 하자라는 말씀도 좋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권력 자체가 컨트롤이 되지 않으니. 참 어려운 것 같기도 하구요. 또 그런 이슈들을 금방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니 말입니다.
      어떤 정치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용광로에 집어 넣고 그 사람들을 단단한 철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그 단단한 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되는 정치 공동체의 역활은 참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우리의 꿈과 같은 이상인 것 같습니다. 마치 허공에 뜬 구름 같기도 하구요.
      혁명의 대의. 정치의 대의. 그 대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정치. 오직 내 사람이라면 빨아주고 옹호해주고 감싸우는 사람 중심의 정치.
      그 정치에서 어떻게 하면 원칙 중심으로 사람들을 변화시켜 나갈 지. 공정과 정의, 원칙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시킬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어떻게 현실을 바꾸어 나갈지. 의원님이 하시고 있으신 어려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가게 주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의원님은 그런 미래를 만드시는 분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 나는 연대책임제가 불가능하가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기초의원의 자질에 책임을 지라는건 말은 좋지만 그걸 실제로 잘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렇게하면 기초의원은 사고만 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게되고, 국회의원도 그걸 원하기 때문에 ,기초의원은 국회의원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될것이다. 결국 기초의원은 어떤 돌출된 행동도 독단적으로 하기 어려운 식물 기초의원이 될거 같다.
      본질은 어떻게 기초의원이 지방자치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는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장과 기초의원을 지금과 달리 번갈아가며 뽑아 서로 견제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고, 기초능력검증을 통해 최소한의 실력이 있는 사람만 중요 정당에 공천이 될 기회를 주는게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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