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간만에 수도권에서 이겼습니다. 이 자리에도 눈물 젖은 도전 끝에 당선된 구청장님들, 시장님들, ‘나’번을 받고도 승리하신 기초의원님들, 작은 기적을 쓰신 광역의원님들 많이 계십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빨간 점퍼를 입고 있으면 먼저 손 내밀며 응원하던 청년들의 밝은 얼굴, 보수 정당에서 뛰던 수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얼굴이, 고단하던 여러분의 매일 매일에 힘을 드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종인, 이준석 체제에서 확장된 중도층의 관심과 젊은 세대의 환호가 없었다면 이기는 선거 할 수 있었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김종인, 이준석 지도부와 과거의 지도부 중에 어느 쪽이 여러분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지난 지방선거를 과거 스타일로 치렀다면 어땠을지요. 상상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지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중앙에서 헛발질하고, 나쁜 이슈는 키우고 좋은 이슈는 차버리던 그 시절이라면 여러분 과연 당선되셨겠습니까.
낙선의 아픔만 있다면 차라리 다행일 것입니다. 몸과 마음 다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겨울에 이상한 판때기 들고 거리에 서 있으라고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당원들을 버스로 동원하려면 그거 진짜 일이지요. 지방의원 박봉에 인원 동원하기 시작하면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불법을 강요당했던 기억도 있으실 겁니다. 갑자기 사람 모이라고 하면 추운 날에 누가 옵니까. 교통비, 식사비 다 내주고, 사람을 차로 태워 나르는 일도 마다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갑자기 젊은 사람 10명 모아오라 해서 억지로 친구 아들, 딸 동원한 분들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돈 쓰고 몸 쓰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여러분이 느낀 절망감 그 자체일 것입니다. 우리 당 정치인이라고, 당원이라고, 아니 보수 지지자라고만 해도 무시와 조롱을 당하던 그때 기억나십니까. 열심히 한다고 사람 모아 소리쳐 보지만 오히려 더 고립되어 갔고, 추운 날씨에 지역 곳곳에서 살갑게 인사해 봐도 돌아오는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싸웠는데, 선거 막판에 다급해진 지도부 때문에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피켓 들고 절하게 되면 답답함을 넘어 차가운 절망감이 온몸을 감쌌을 것입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그리고 2020년 총선. 선거는 달랐지만, 우리가 했던 선거운동은 같았습니다. 패배했던 4번의 선거마다 우리는 무릎 꿇고 큰절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읍소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뭘 잘못했습니까? 종북좌파 타령과 읍소전략 말고는 전략이 없던 지도부가 잘못한 것 아닙니까?
수도권이나 격전지에서 힘든 선거 한 번도 안 치러본 사람들이 평소에는 지도부 완장 차고 마음대로 하다가 선거할 때만 되면 잘못했다고 읍소하는 것이 어느새 틀에 박힌 우리 당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수도권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지도부가 제때 판단조차 내리지 못해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차명진, 김대호의 막말 하나를 제대로 처리 못 하고, 호떡공천 하고 그래서 서울 광진의 고민정 의원, 안산의 김남국 의원, 남양주의 김용민 의원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 하는 믿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닙니까. 새벽에 지하철역에서 명함 버려져 가며, 길바닥에서 라면 먹어가며, 땀 흘리고 때론 눈물 흘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우리 후보들 결국 중앙당, 지도부가 망친 것 아닙니까.
우리는 이렇게 져왔습니다. 여러분, 이 ‘필패 방정식’을 반복하시겠습니까? 열심히 해도 절망감밖에 느낄 수 없었던 그때의 당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김기현 후보가 윤핵관표 공천, 낙하산 공천하느라고 공천 파동 일으켜서 막판에 또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피켓 들고 큰절할 때 여러분 함께 하실 겁니까?
안철수 후보의 우유부단함은 또 어떻습니까. 정순신 본부장 같은 악재가 터져서 수도권 선거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데도 안철수 후보가 안절부절못하면서 눈치만 본다면, 여러분은 그때도 안철수 후보의 중도 정치가 수도권에 먹힌다고 하시겠습니까?
황교안 후보가 전광훈 목사의 부정 선거 집회에 동원령을 내리고, 각 당협에서 몇 명 왔는지 버스 앞에서 사진 찍어서 보고하라고 한다면, 그때도 황교안 후보의 일관성을 칭송하시겠습니까?
안 됩니다, 여러분. 우리는 계파 정치하고, 우왕좌왕하고, 동원된 인원 앞에서 당 대표 혼자 폼 잡던 과거의 당으로 절대 퇴행할 수 없습니다. 다시는 그런 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할 때 국민의힘은 사람을 억지로 동원해야 하는 정당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할까, 외면할까 걱정하는 당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젊은 당원들의 가입이 줄을 잇고, 셀카 찍을 시간이 부족한 그런 정당이었습니다. 우리 편의 환호에 취해 30%의 벽에 갇히는 정당 아니었습니다. 수도권은 물론 호남으로 확장하고, 약자와 동행하는 그런 정당이었습니다.
저는 승리의 길을 탄탄하게 다지겠습니다. 다시는 인원 동원할 필요 없는, 수도권 젊은 세대가 환호하고, 당원 하고 싶다고, 국민의힘에서 정치해보고 싶다고 먼저 찾아오는 당을 만들겠습니다. 날카롭지만 묵직하게 민주당을 요리하는, 누가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더라도 수도권에서 압도할 수 있는 그런 국민의힘을 만들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결코 제 옆에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반성한다고, 살려달라고 할 일 없게 하겠습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이제 저와 함께 자신 있게 앞으로 나갑시다! 함께 승리의 길로 갑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