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부산 시민 여러분 그리고 울산, 경남의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 부산은 임진왜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곳입니다. 경상 좌수영이 있던 수영, 동래성이 있던 동래처럼 부산은 임진왜란과 떼놓을 수 없는 지역입니다. 제 지역구가 순천입니다. 부산에서 시작되었던 임진왜란은 소서행장이 순천 왜성을 버리고 떠나면서 마무리되게 됩니다. 부산에 오면서, 부산에서 시작해 순천에서 마무리된 임진왜란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임진왜란은 조선 전기와 후기를 가르는 변곡점이었습니다. 우리 보수 진영도 지난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세대와 지역의 확장을 동시에 이뤄낸 그것이 바로 보수의 지향점이었고 바뀐 보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혁혁한 전공을 세우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1592년 시작된 임진왜란은 6년이 지난 1598년에 마무리되게 됩니다. 2016년에 벌어진 탄핵으로부터 6년 뒤 우리는 대선 승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6년의 과정에 있었던 당원 동지 한 분 한 분 그리고 장수 한 명 한 명의 노력은 모두 공정하고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 저는 그 어려웠던 시기에 당의 대표를 맡아서 고군분투했던, 황교안 후보의 노력도 보수가 다시 살아나는 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당과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내상을 입고 공격도 받았지만, 빠루까지 들면서 나섰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마지막에 함께 하긴 했지만, 단일화를 통해서 승리에 기여한 안철수 후보의 노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란을 겪으면서 조선은 공신록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공신록은 누가 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선에서 싸웠던 장수들,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장수들은 공신록에서 빠지거나 아니면 낮은 등위를 받았습니다.

김시민 장군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김시민 장군의 이름은 선무 2등 공신에 들어가 있습니다. 반대로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을 궤멸로 이끌었던 원균의 이름은 선무 1등 공신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왕과 함께 의주로 도망갔던 호성공신 명단을 보면 믿기 어려운 이름들이 나옵니다. 단지 왕의 옆자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간신배, 말단 문관, 내시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충분한 자원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의병장들의 공로는 심각하게 무시당했습니다.

이 명단을 보면서 누구도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가서 싸우는 것보다 왕의 옆에서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 출세에 유리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받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 걸어왔던 지난 6년, 당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용산에서 평가하는 공신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순위나 명단과 많이 달랐던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나경원 대표가 당원들의 선택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당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 지금 함께하고 계신 안철수 후보에게는 최소한 대통령의 적이라는 평가를 받거나, 탄핵의 선봉에 설 거라는 모함을 받지는 않아야 할 정도의 공로가 있습니다. 거꾸로 공신의 자리를 왕의 비위만 맞추던 소위 윤핵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인사들을 간신배로 지칭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불공정은 단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진왜란 30여 년 뒤에 벌어진 병자호란에서는 임진왜란 때만큼의 의병이나 저항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을 세울수록 의심받고, 백성과 조정을 위해서 목숨 바쳐 싸울수록 반란을 획책했다고 몰아서 처벌하고 죽이는 그런 사회에서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서 의병을 일으키고 싸우겠습니까?

지금 보수가 처한 위기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충신과 역신이 뒤집히고, 공을 세운 자가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 속에서 보수를 위해서 앞으로 나가 싸운다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이러한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의 공헌을 정확하게 새기고 그에 따라서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겠습니다.

1597년, 조선 시대에도 윤핵관이 있었습니다. 윤두수 측 핵심 관계자였던 원균이 나라를 망가뜨렸습니다. 이순신이 아니라 윤핵관 원균에게 맡겼을 때 우리에게 과연 12척의 배라도 남아있겠습니까? 12척은커녕 5척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조선 수군을 다시 원균이 손에 넣지 못하도록 우리 부산, 울산, 경남의 당원들이 막아주십시오. 제가 우리 국민의힘을 윤핵관의 손에서 지켜내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국민의힘,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힘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0 Shar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ay Also Like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의례적인 인사말도 생략하겠습니다. 우리 오늘 직설적으로 이야기해봅시다. 지금 대구∙경북은 박정희 문패만 걸린 퇴락한 고택이 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제주 합동연설회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제주에서 전당대회의 첫 연설을 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 사이에…

강원 합동연설회

사랑하는 강원의 주민과 당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천하람입니다. 저는 지난 연설에서 우리가 끊어내야 할 관성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가진 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