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정말 노동자를 위한 법일까? (김용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하청 노조의 조선소 도크 점거 등 불법 파업으로 약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한 이후 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고, 이 법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야당은 파업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 비현실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에서 노동자들이 면책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노란봉투법’의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조를 향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책해 최소한 노동자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정말 노동자를 위하는 법이 될 수 있을까?

노조가 도크를 점거한 상황까지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면, ‘하청 노조’가 ‘하청 사용자’가 아닌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파업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산업 구조 현실 때문일 수 있다. 가령 원청은 하청 노동자에 업무 지시나 임금 협상 등을 할 수 없지만, 하청 노조에 대해 원청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직고용을 피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파견 형태이나 법률적으로는 하도급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영향은 1차 도급보다는 2, 3차 도급에 있어서 더 클 수 있으며, 여러 사업장이 혼재한 조선업의 특징 등 업종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근원적이고 복잡한 문제 원인을 정치권이 외면한 채 파업으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고 가정하면, 과연 노동자들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하청 노조의 파업을 통해 원청 사용자가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야당에 묻고 싶다. 1년을 기다리면 나올까, 5년을 기다려야 나올까? 자본과 노동자 중에 파업이 장기화 된다면, 손해의 부담은 어느 쪽이 더 클까? 투쟁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가정해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자본은 비슷한 공정을 다시 투자해 새로운 생산라인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을 위한 법이 될 수 없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심할 때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대안이 없다.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법안’이다.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그럴싸하게 정의를 포장한 포퓰리즘 법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법질서에서 예외를 두는 것은 법적 형평성을 침해할 수 있다. 노조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입장에서 공익을 위한 다른 공동불법행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사안에 대해 법질서에서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공정의 문제하고도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무책임해 보이는 법안을 대화와 설득 없이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이 안타깝다. 본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설득 없는 이러한 법안은 행정부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재의 요구권의 사용 명분을 야당이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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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국가 개조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정치인들은 개혁이다 뭐다 하면서 검찰개혁과 같은 국민들의 삶에는 전혀 상관 없는 개혁을 마치 시대 정신인양 포장했습니다. 진정한 개혁은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적인 개혁에서 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초 보다는 정치인들의 입 맛에 맞는 개혁을 외치고 있는게 바로 민주당의 개혁이었습니다.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 아닌 노조를 위한 개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을 보면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가 같은 시대 정신으로 국가 개혁을 위해서 각자 무엇을 해야할지를 생각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제 유툽을 보다가 타운 하우스 부실 공사에 대한 영상을 봤습니다. 분양은 10억에 했는데 계속 10억 7억 5억 3억 해서 하청에 하청을 주다 보니 3억짜리 집이 되었다는 덧글들도 보게 되었구요. 잘못된 국가 시스템으로 국민이 혼란스러워 하고 또한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는 예를 들어 주신 조선 사업도 그렇습니다. 조선소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 더 벌기 때문에 돌아갈일 없다는 기사도 봤구요.
    국가 개혁이라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 아래에서 어떻게 바꾸어 나아갈지 생각해야 하는 국힘과 보수 개혁 정치인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 좋은 주제의 글 잘 읽었습니다
    회사에 손실을 입히면서 강행하는 파업은 결국
    노동자들만 피해를 봅니다. 정치권은 약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용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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