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정말 선거 제도 개편을 찬성할까 (허은아)

나는 자유한국당에 인재 영입이 된 뒤, 당을 몇 번이나 바꾸는 경험을 했다. 왜냐하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21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했기 때문이다. 입법기관으로서 분명 부끄러운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선거제도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 더욱더 많았다.

요즘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선거법상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므로, 오는 4월 10일까지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제 겨우 2주 정도가 남았다. 이번에는 과연 선거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1988년부터 시행돼 온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총선을 앞둔 해마다 매번 제기돼왔다. 그 이유는 승자독식이라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으로 인해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이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얻지 못해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만 보더라도 ‘위성정당’을 포함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79.4%였지만 국회 의석은 전체의 94.3%를 점유했다. 더구나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고질적인 지역주의 문제가 고착된 것 소선거구제의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개 지역구에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아니면 당선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양대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젊은 세대이든, 은퇴자이든 정치에 꿈이 있으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당선자 이외의 후보들은 아무리 많은 득표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정치 사다리를 놓을 수가 없다. 정치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다양한 국민의 생각들이 반영돼야 한다. 그런 다양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제도가 다양한 정치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정치가 다양한 국민을 담아내지 못하면 승자 이외의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표, 즉 거대 양당 이외에 다양한 지향과 정책을 추구하는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게 되고 아예 정치로부터 멀어져 관심조차 두지 않기도 한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향들이 반영되도록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이 시대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가 선거제도를 개편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개편해야 할 것인가?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한다. 1988년 전까지는 중선거구제였고, 여·야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 때문에 소선거구제로 바꿨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더라도 거대 양당, 그 정당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인지도 높은 후보자가 당선에 유리하다면 소선거구제와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승자독식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집단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사다리를 놓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현실적으로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는 남는다. 이번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300개인 의석 수를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제도 개편안을 제출한 것도 그 점 때문일 것이다.

의석 수를 늘리지 않은 채로 비례대표 수를 늘린다는 것은 지역구 숫자를 줄이겠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지역구 수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라는 것이 문제다. 기존의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에게는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편은 늘 기득권을 가진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의는 무성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이유가 그것이다.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승자독식으로 인해 다양한 정치 세력의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은 정치 구조, 고착된 지역주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대표성과 득표율에 따른 비례성을 높이고 정치 사다리를 만들어내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 없이는 선거제도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 선진화를 위해, 우리 존경하는 선배 동료 국회의원들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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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정파적이익에 집착하여 무엇이 자기 집단에 유리한가만을 생각하고. 수시로 제도를 바꾸는것에. 동의하지 않읍니다
    룰개정은. 가능한 줄입시다.
    한번 결정된 룰은 한번쯤은 그대로 적용합시다.
    꼭해야한다면 개정 당시 선거에는 적용되지 못하게 시행일을 다음 선거부터 적용토록합시다

    1. 의견 감사합니다.
      네. 자기집단에 유리한 것만을 생각하는 제도 변경에 대해서 저또한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 선점한 국회의원의 이익의 관점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제도 변경이 시급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제도 개편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일 듯 합니다.
      말씀대로 다음 선거부터 적용이라고 하면 좀더 열어놓고 토론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저는 허은아 의원님 말씀에 동감하는것이 현재 정치제도 또한 시간이 지나서 이젠 낡았다는것이고 개보수가 필요한 시점이란 것이죠.

    헌법개정보다 더 중요한게 선거제도 보완이라고 봅니다.

    현 소선거구 제도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이 계속될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유승민 의원을 지지했었고 지금은 이준석 전대표 및 허은아의원님같은 분을 지지하지만 결국 이러한 개혁세력이 힘을 얻기 위해선 중대선거구제가 필수라고 봅니다.

    현재 정치판은 직업 정치꾼들만 득실거립니다. 이젠 정치가 업으로 자리매김해서 마치 이권다툼을 하듯 국민을 편가르고 있지요.

    생업이 바빠 크게 정치에 관심을 못가지는 현실이지만 저같이 작금의 정치판에 염증을 느끼고 양당 모두 싫은 사람이 많은것으로 압니다.

    결국 항상 최선이 아닌 차악만 뽑다보니 날이갈수록 함량미달의 인간들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고만 있고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고 유럽처럼 정대비례도 커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뽑고싶은 사람을 뽑을수 있고 한세력이 독주하는것도 막을수 있습니다. 소위 연정내각이 많아질것이고 지금같이 정치가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 필수가 될것입니다.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글을 보니 그래도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3. 사실 비례대표 확대라는 것이 장단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은 참 좋습니다. 소수 정당이 받는 표만큼 의석을 점유할 수 없으니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죠.
    저도 그 목적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부작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데요, 공천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현실을 보자면 대구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받고, 광주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공천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나 여당의 경우 대통령에게 줄서는 정치문화가 발전하였습니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에도 유권자가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고 적합한 후보에게 투표하여 검증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비례대표제도는 소위 당선권 순번의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하게되어 결국 국회의원의 선출을 공천권자가 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게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많은 국민들이 비례대표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논하기 전에 공천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비례대표 공천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제도 확대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물론 공천제도 개혁이 매우 어려운 일이니 이렇게 의원님께서 노력해주시는 것이겠죠. 응원드립니다만, 비례대표제 확대의 당위성 주장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려운 점도 인지하시고 개선 방향도 제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 윤썩열 정권 총선 망하면
    개혁보수 정치인들이 주류 정치세력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동훈, 홍준표 같은 구태세력을 없애고
    개혁보수 정치인들이 보수를 이끌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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